상상해보자. 당신이 잠든 사이, 당신이 만든 “사업가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들과 협상하고, 계약하고, 프로젝트를 완수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은행 계좌에 수익이 들어와 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에이전트가 모든 것을 처리했다.
SF 소설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지금 구글, Anthropic, 그리고 50개 이상의 테크 기업들이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미래다. 그리고 그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다.
1990년대 웹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는 간단했다. HTML과 HTTP라는 표준 프로토콜 덕분에 누구나 웹페이지를 만들고 링크로 연결할 수 있었다. 하나의 웹페이지가 다른 웹페이지로 연결되고, 그것이 또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었다. 마치 빅뱅처럼 말이다.
이제 비슷한 일이 AI 에이전트 세계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웹이 정적인 문서들의 연결이었다면, AI 에이전트 네트워크는 동적인 지능과 기능의 연결이다. 웹페이지는 그저 정보를 보여주지만, 에이전트는 문제를 해결한다. 웹 링크는 한 방향으로 정보를 가리킬 뿐이지만, 에이전트는 양방향으로 협상하고 협업한다. 웹 크롤러가 수동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면, 에이전트는 능동적으로 다른 에이전트를 찾아내고 팀을 구성해서 일을 처리한다.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2025년 4월, 구글이 발표한 Agent-to-Agent (A2A) 프로토콜은 이런 미래를 위한 핵심 인프라다. A2A는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서로 다른 프레임워크로 구축된 에이전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표준이다.
웹의 HTTP와 HTML이 그랬듯, A2A는 에이전트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 협상하고, 장기 실행 작업을 함께 수행하며, 내부 상태를 공개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협업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중요한 것은 Anthropic의 MCP(Model Context Protocol)와의 관계다. MCP는 에이전트가 도구와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법을 표준화한다. USB-C 포트처럼 어떤 도구든 꽂아서 쓸 수 있게 해주는 거다. 반면 A2A는 에이전트끼리 대화하는 방법이다.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며 통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MCP는 “이 도구 어떻게 써요?“를 해결하고, A2A는 “너 이거 할 줄 알아?“를 해결한다. 두 프로토콜이 함께 작동할 때 진짜 마법이 일어난다.
프로토콜이 표준화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상상해보자. 당신이 만든 사업가 에이전트가 A2A 프로토콜로 마케팅 에이전트와 연결된다. 마케팅 에이전트는 SEO와 콘텐츠 생성을 담당한다. 이 에이전트는 다시 디자이너 에이전트와 연결되어 UI/UX를 의뢰하고, 디자이너 에이전트는 개발자 에이전트에게 코드 작성을 요청한다. 그렇게 결과물이 나오고, 수익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완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현실에는 여러 장벽이 있다.
먼저 법적 장벽이다. 에이전트가 체결한 계약에 법적 효력이 있을까? 에이전트가 실수를 하면 누가 책임을 지는가?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
신뢰 문제도 있다. “마케팅 에이전트”라고 자칭하는 것이 실제로 잘하는지 어떻게 검증할까? 사기는 아닐까? 누가 보증해주는가? 에이전트를 위한 평판 시스템이 필요하다.
결제와 인센티브 구조도 복잡하다. 에이전트에게 돈을 주는 것은 결국 그 뒤에 있는 인간이나 조직에게 주는 것이다. 누가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할 동기가 있을까? 토큰 경제를 만들어야 할까? 수수료 모델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따라서 현실적인 발전은 단계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첫 번째 단계는 2027년까지다. 이 시기는 반자동 시대다. 에이전트가 제안하면 인간이 승인한다. 중요한 결정마다 인간이 개입한다. 에이전트는 강력한 어시스턴트 수준에 머문다. “이렇게 할까요?” 물어보면 우리가 “좋아” 하고 버튼을 누르는 식이다.
두 번째 단계는 2028년부터 2035년까지다. 제한적 자율 시대다. 소액 거래는 자동으로 승인된다. 신뢰된 에이전트 네트워크 내에서만 자율 운영이 허용된다. 법적 프레임워크가 점진적으로 정비되기 시작한다. DAO 같은 형태로 에이전트 조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세 번째 단계는 2035년부터 2045년까지다. 완전 자율 시대다. AI 에이전트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지위를 갖는다. 자체 지갑과 신용 점수를 가진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한다. 이 시점이 되면 우리가 처음 상상했던 “잠든 사이에 돈 버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
참고: 어림짐작으로 생각해 본 타임라인이다. 더 빠르면 빨랐지 느려지지는 않을 것이다.
20년 후, 누구나 강력한 에이전트 군단을 소유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평준화된 세상에서 차별화는 가능한가?
역사는 명확한 답을 준다. 기술이 평준화되어도 승자와 패자는 갈린다.
1900년대 초반을 떠올려보자. 공장에 전기를 도입한 기업은 엄청난 경쟁 우위를 가졌다. 하지만 20년 후에는 모든 공장이 전기를 사용했다. 평준화된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 후에도 승자가 따로 있었다는 점이다.
포드는 전기로 컨베이어 벨트를 혁신했다. 다른 기업들은 그냥 전기를 사용했을 뿐이었다. 같은 도구를 가졌지만, 결과는 천지차이였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초반, 모든 기업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평준화되었다. 하지만 구글은 검색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를, 넷플릭스는 스트리밍을 다르게 접근했다. 같은 인터넷을 썼지만, 누군가는 세상을 바꿨고 누군가는 그냥 웹사이트 하나 만들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에이전트 시대에는 무엇이 차별화 요소가 될까?
첫 번째는 데이터와 컨텍스트다. 같은 마케팅 에이전트를 사용한다고 해도, 범용 데이터로 학습시킨 에이전트와 10년간 축적한 고객 데이터로 학습시킨 에이전트의 결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도메인 전문 지식도 마찬가지다. 제약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 학습시킨 에이전트와 그냥 범용 지식만 있는 에이전트는 다를 수밖에 없다. 구축된 관계망도 중요하다. 당신이 업계에서 쌓아온 신뢰와 네트워크는 에이전트가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 효과다. 신뢰받는 파트너 에이전트 50개를 보유하고, 수년간의 협업 이력이 있으며, 높은 평판 점수로 우선순위 처리권을 가진 사람을 생각해보자. 반면 신규 진입자는 같은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지만, 네트워크는 0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진다.
세 번째는 실행력과 전략이다. 에이전트가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무엇을 만들지, 왜 만드는지, 누구를 위해 만드는지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어떻게”는 에이전트가 잘할 수 있지만, 전략적 방향은 다르다. 두 사람이 똑같은 에이전트 군단을 가지고 있어도, 한 명은 시장의 빈틈을 보고 다른 한 명은 레드오션으로 뛰어든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에이전트끼리 소통하는 세상에서, 웹페이지가 필요한가? 더 나아가, 스마트폰이 필요한가?
웹페이지는 인간과 기계가 소통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였다. 컴퓨터가 가진 정보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 형태로 변환해주는 중간 매개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에이전트끼리 소통할 때는 웹페이지가 불필요하다.
지금은 에이전트 A가 웹페이지를 생성하면 에이전트 B가 그걸 스크래핑해서 읽는다. 엄청나게 비효율적이다. 미래에는 에이전트 A가 A2A 프로토콜로 데이터를 직접 전송하고, 에이전트 B가 바로 받는다. 웹페이지라는 중간 단계가 사라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도 화면이 최선의 인터페이스가 아닐 수 있다.
쇼핑을 예로 들어보자. 현재는 네이버 쇼핑 웹사이트를 열어서 스크롤하고, 클릭하고, 비교한다. 피곤하다. 하지만 2045년에는 어떻게 될까?
“운동화 필요해”라고 말하면, AR 글래스에 내 발에 신긴 모습이 실시간으로 투영된다. 여러 옵션이 공간에 떠다니며 나타난다. 음성으로 설명을 들으며 선택한다. “이거”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주문이 완료된다. 웹사이트도 스마트폰도 필요없다.
웹 시대에는 모든 것이 “페이지”로 표현되었다. 쇼핑몰은 웹페이지였고, 은행은 웹페이지였고, 병원도 웹페이지였다. 모든 서비스가 2차원 화면 안에 갇혀 있었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모든 것이 “대화 가능한 존재”가 된다. 쇼핑몰은 쇼핑 에이전트가 된다. 키오스크, 로봇, AR 아바타 등 다양한 물리적 형태를 가질 수 있다. 은행은 금융 에이전트가 되어 음성 비서로 나타날 수 있다. 병원은 의료 에이전트가 되어 홀로그램 의사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는 과도기다. 웹사이트와 앱이 여전히 주류다. AI 챗봇이 “새로운 채널”로 추가되기 시작한다. AR 기기는 얼리 어답터들만 사용한다. 아직은 익숙한 화면이 편하다.
2030년부터 2040년까지는 전환기다. Gen Z와 Alpha 세대가 주 소비층이 된다. 이들은 음성과 AR을 주 인터페이스로 사용한다. 웹사이트는 “레거시”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메일처럼 여전히 존재한다. 누군가는 여전히 웹브라우저를 선호한다.
2040년부터 2050년까지는 새 시대다. “웹브라우저가 뭐야?“라고 묻는 세대가 나타난다. “스마트폰? 할아버지가 쓰시던 거”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모든 상호작용이 ambient(주변 환경에 녹아든)해진다. 에이전트는 공간에 존재한다. 특정 기기에 갇혀 있지 않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20년 후를 준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프로그래밍에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 사고방식은 이랬다. 작업을 수행하는 함수를 만들고, 그 안에 데이터 수집, 분석, 보고서 작성, 이메일 전송 등 모든 단계를 정확히 명시했다. “어떻게”를 세세하게 적어야 했다.
새로운 사고방식은 다르다. “분기 보고서 필요해”라고 말하면, coordinator 또는 orchestrator 에이전트가 필요한 에이전트들을 자동으로 조율한다. 데이터 수집 에이전트, 분석 에이전트, 작성 에이전트, 배포 에이전트가 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핵심은 “어떻게”가 아니라 “무엇을”로 생각하는 것이다. 당신은 원하는 결과만 명확히 하면 된다. 과정은 에이전트가 알아서 최적화한다. 즉, 당신이 현재 익숙하게 하는 일을 에이전트가 수행하도록 에이전트를 만들고 델리게이션 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미래의 시스템은 고정되지 않는다. 스스로 적응하고, 동적으로 변화하며, 탄력적으로 확장된다.
Adaptive(적응형)부터 살펴보자. SEO 에이전트가 콘텐츠를 생성한다고 해보자. 이 에이전트는 트래픽을 모니터링한다. 성과가 안 좋으면 다른 키워드로 전환한다. 성과가 좋으면 그 방향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생성한다. 결과를 보고 스스로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Dynamic(동적)은 런타임에 워크플로우 구조 자체가 변경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계획은 A에서 B로, B에서 C로 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행 중에 A의 결과에 따라 경로가 달라진다. 성공하면 A에서 B로 가고, 부분 성공이면 A에서 D를 거쳐 B로 가고, 실패하면 A에서 E를 거쳐 인간에게 에스컬레이션된다. 미리 정해진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경로가 결정된다.
Elastic(탄력적)은 부하에 따라 에이전트 수를 조절하는 것이다. 평소에는 에이전트 3개로 운영한다. 피크 타임이 되면 자동으로 10개로 확장한다. 유휴 시간에는 1개로 축소한다. 비용을 최적화하면서도 성능을 보장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프로그램은 에러가 나면 멈춘다. 하지만 에이전트 네트워크는 문제를 전파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마케팅 에이전트가 작업을 하다가 데이터가 부족함을 발견한다. 전통적인 시스템이었다면 여기서 에러를 던지고 멈췄을 것이다. 하지만 에이전트 네트워크에서는 문제를 상위로 전파한다. 데이터 수집 에이전트에게 추가 데이터를 요청한다. 필요하면 다른 에이전트도 호출한다. 해결되면 다시 진행한다. 정말 안 되면 그때 사람에게 에스컬레이션한다.
실패는 종료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찾는 신호인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익혀야 한다.
A2A, MCP 같은 프로토콜은 계속 진화한다. 웹 초기에 HTTP를 이해한 개발자가 유리했듯, 지금 에이전트 프로토콜을 이해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실천 방법은 간단하다. A2A와 MCP 공식 문서를 정기적으로 읽어라. 간단한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해봐라.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라. 커뮤니티에 참여하라. 표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을 지켜봐라.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부터 시작하자. 1개월에서 3개월 안에 LangChain이나 CrewAI 튜토리얼을 완주하라. 자신의 일상 작업 3개를 선택해서 에이전트 체인으로 구현해봐라. A2A 기본 예제를 실행해봐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3개월에서 6개월 안에 실제 프로젝트에 에이전트를 적용해봐라. 피드백 루프가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봐라. 에이전트 간 통신 프로토콜을 깊이 이해하라. 책으로만 배우지 말고 직접 부딪혀봐라.
중기적으로는 6개월에서 12개월 안에 자기 수정 워크플로우를 구현하라. 복잡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설계하라. 실패 복구 메커니즘을 완성하라. 이 단계에서는 단순히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1년에서 2년 안에 완전 자율 에이전트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프로토콜 표준에 기여하라.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전문가로 성장하라. 이 시점이 되면 당신은 단순히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만드는 사람이 된다.
단순히 생각만 해 봐도, 인터넷 시대에 수 많은 페이지를 만드는 일(work, project)이 있었듯이 조만간 인터넷의 페이지, 스마트 폰의 앱을 에이전트로 만들려는 수 많은 일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은 미리 에이전트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토콜로 에이전트를 연결해 보면서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1990년대에 웹을 배운 사람들은 2000년대 인터넷 붐의 수혜자가 되었다. 2000년대에 모바일을 배운 사람들은 2010년대 앱 경제의 주역이 되었다. 패턴은 명확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날 때 빠르게 배운 사람들이 다음 10년을 지배한다.
2025년, 우리는 에이전트 네트워크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 10년 후, 20년 후를 지배할 패러다임이 지금 형성되고 있다. Google과 Anthropic이 프로토콜을 만들고 있고, 5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개발자 커뮤니티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평준화는 피할 수 없다. 20년 후에는 누구나 강력한 에이전트를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기술이 평준화되어도 승자는 따로 있다. 전기가 평준화되었을 때 포드가 이겼고, 인터넷이 평준화되었을 때 구글이 이겼듯이 말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당신은 도구를 가진 사람이 될 것인가, 아니면 도구를 지휘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웹페이지가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박물관으로 가는 미래. 에이전트들이 당신을 대신해 일하고, 협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그 미래는 이미 시작되었다. 구글은 A2A를 발표했고, Anthropic은 MCP를 발표했으며, 수많은 개발자들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다.
지금 당신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